제1회 선언문
2016. 9. 1 ·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 선언
한국의 문화는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에 집중되고, 서울 중심의 대규모 자본과 시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문화가 오로지 산업의 영역 안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수록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삶과 문화를 애써 발굴하고 기록해온 출판물과 정기간행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위기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민속, 공동체적 가치와 생태환경적 삶의 방식 등을 담아내고 계승하는 원천적 힘이 저마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역의 출판과 문화잡지들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어야 당대의 한국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귀중한 역사가 되고 후손에게 물려줄 방대한 유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출판과 문화잡지에 종사하는 일꾼들과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학계의 연구자, 예술단체 회원 등은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미래를 이대로 자본과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여기 제주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지역의 역사와 삶이 지닌 유무형적 자산을 애써 기록한다는 자긍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온 우리들은 이제 건강한 연대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공동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아울러 문화와 정치가 모두 ‘서울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러한 흐름이 점점 가속화되는 시대상황 속에서 ‘지금 이곳’의 삶과 문화를 밝히는 가치 있는 지역문화콘텐츠를 살려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수년 동안 지역출판과 문화잡지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 순회 세미나와 국회 토론회, 일본 지역도서전 답사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며 연대 조직을 결성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작은 걸음걸음, 뜨거운 마음과 마음이 쌓이고 쌓여 오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우리는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건강한 발전을 꾀하고 지역출판문화콘텐츠 시장의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를 창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 하나, 우리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출판물을 망라해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국지역도서전’을 열고 순수 민간의 힘으로 ‘대한민국지역출판대상’을 제정해 시상한다.
- 하나,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발행되는 지역문화잡지들의 문화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유통하는 ‘지역문화콘텐츠전’을 열어 지역간 소통과 교류를 꾀하고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킨다.
제2회 선언문
2018. 9. 8 · 인문도시 수원시와 공동 선언
인류가 존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기록’은 어떤 사람, 어떤 공간에도 차별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삶과 모든 공간은 기록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해석하고 기록하며,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세상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책’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공유하며 함께 그려야 할 미래를 상상합니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사는 이 지역, 이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함께 읽는 수고를 기꺼이 마주해야 합니다.
책은 모든 지역 사람살이의 오늘을 증거하는 실체이자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기본에 두고 지역 문화 콘텐츠가 지닌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도시 정책을 펴온 인문도시 수원에서 열린 2018수원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한 우리는 한국지역출판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수원시와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인문도시 수원이 생태교통의 도시, 도서관의 도시에서 나아가 지역출판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지역책, 지역출판의 도시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한다.
- 하나, 한국지역출판연대와 수원시는 한국의 모든 도시가 저마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고 줄기차게 책을 펴내는 인문도시로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 하나, 우리는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한 모든 독자들과 더불어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문화의 그릇인 지역책이 온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역책 읽기, 독서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약속한다.
제3회 선언문
2019. 5. 11 · 지역책 아카이빙 공간 구축
기록은, 우리가 존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의무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일입니다.
기록은 어떤 사람에게든, 어떤 공간에서든, 어떤 시간에서도 평등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삶과 우리의 모든 공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기록되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기록하는 일은, 더욱이 지역을 사는 사람들의 커다란 의무입니다. 이야기가 끊기면 삶의 의미가 사라지듯, 지역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에게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일은, 지역이 사라진다는 위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막아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해석하고 기록해, 출판이라는 몸짓으로, 책의 문화로, 세상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책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 과거로부터 우리가 그러했듯 우리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야 할 미래를 상상합니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사는 이 지역, 이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 여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함께 읽어내야 합니다. 책은 모든 지역, 모든 사람살이의 오늘을 버티어가면서 그 자체로 역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창 한지의 유구한 역사와 인쇄문화의 찬란한 기억을 가진 고창, 군민의 삶에 스미는 인문도시의 결을 가진 고창에서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한 우리는, 한국지역출판의 새로운 역사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고창군과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인문도시 고창이 생태의 바탕 하나하나를 존중하며, 인문 도시에서 더 나아가, 지역출판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지역책, 지역출판의 도시가 되게 한다.
- 하나, 한국지역출판연대와 고창군은 대한민국 온 지역이 저마다 삶과 문화를 기록하며 멈추지 않고 책으로 펴내는 인문도시가 되도록 쉬지 않고 소통하며 연대한다.
- 하나, 우리 모두는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한 출판생태계 주체 모두와 더불어,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문화의 그릇인 지역 책이 온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역 책 아카이빙 공간을 구축한다. 그 이야기의 보고가, 새로운 지역출판의 자양분으로 성장하도록 대대적인 지역 책 읽기, 독서운동과 출판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제4회 선언문
2020. 10. 16 · 대한민국 출판문화의 분권
대구광역시 수성구와 한국지역출판연대, 도서전조직위원회는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된 출판산업에서 지역출판이 가지는 고유한 사명과 뚜렷한 역할이 있음을 천명하고, 대한민국 출판문화의 분권을 주장하며, 책 읽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하나, 대구 수성구는 인문학으로 행복한 수성을 꿈꾸며, 영남지역의 출판 역사를 정립하여 출판의 소중함을 재인식 시키고, 대구 수성 정신의 뿌리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며, 수성구 골목골목 이야기가 기록되어 지역출판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행·재정적으로 지원한다.
- 하나,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 없는 중앙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지역 문화의 창조와 기록, 그리고 보존을 위하여 강하게 연대할 것이며, 지역의 삶과 사람을 담은 이야기가 지역을 넘어 서울로, 서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 하나, 대구 수성구와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을 아는 것이 세계를 아는 것이며, 독서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며 국민의 품격을 높인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 하며, 책으로 세계를 알 수 있도록 책 읽기 운동을 강력하게 펼쳐나간다.
제5회 선언문
2021. 11. 12 · 시민 누구나 읽고 쓰는 도시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마을을 만들고, 국가를 이룹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든, 불리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역에 산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고 행복이 되는 삶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지역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삶을 꾸려가기 어려운 열악함이 가속화되고, 많은 지역이 수년 내 소멸되어 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의 힘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뿌리를 기억하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책으로 만들어 알리고 있습니다.
지역의 가치를 키워가기 위해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록하며 확장함으로써 지역문화 첨병으로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2021춘천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면서 우리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며 시민자치문화를 키워가는 춘천은 앞으로 더욱 인문학 정신을 확산하며, 출판문화를 활성화를 통해 시민 누구나 읽고 쓰는 문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출판 콘텐츠가 되는 도시를 만들 것이다.
- 하나,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의 가치를 키우고 지역출판문화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더욱 깊이 연대하여 살아 있는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확산한다.
- 하나, 춘천시와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민의 삶이 존중되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역 인문정신 확장에 공감하며 적극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제6회 선언문
2022. 9. 30 · 국가는 지역과 지역의 총체
인류가 위대한 것은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다. 그 거울의 총체가 바로 책이다.
가느다란 샛강의 총체가 도도한 강물이듯 국가는 지역과 지역의 총체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자본과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중앙 일변도 정책은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나와 너, 지역과 지역,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다.
오늘 우리는 그 한 권, 한 권의 책을 펼쳐 놓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살펴보면서 넘치는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랫동안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아 아리고 쓰린 상처며, 은근히 내보이고 싶은 자랑이며, 혼자서는 감내할 수 없어 위로받고 연대하고 싶은 지역의 속내를 광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푸른길에 펼쳐 보였다.
여기 지역의 흥망성쇠, 희로애락의 역사가 있다. 역행과 파행의 강물 아래 엎드려 있는 이 나라의 샛강과 우리 민족의 실핏줄이 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올올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지역과 지역의 고된 숨결이 있다.
2022광주동구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한 우리는, 대한민국의 근간인 지역과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밝히는 한국지역출판의 연대와 발전을 위해, 그리고 인문도시의 꿈을 당차게 키워나가는 광주동구의 내일을 위해 다음과 같이 한목소리로 그 뜻을 외친다.
- 하나, 광주광역시동구는 인문도시의 정립을 위해 지역출판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제도의 개선과 시행에 앞장서며 책과 더불어 사는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 하나, 한국지역출판연대는 국가란 지역과 지역의 총체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를 찾고, 가꾸며, 기록하는 일에 총력을 다한다.
- 하나, 광주광역시동구와 한국지역출판연대는 국가와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지역과 책, 책과 지역이 함께하는 생태계 구축에 만전을 기한다.
제7회 선언문
2023. 10. 21 · 지역은 새 시대를 여는 주체
중앙의 많은 역할이 지역으로 옮겨가고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지금, 지역은 새 시대를 여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 수영에서 새시대를 여는 새로운 항해에 나서고자 합니다.
한국지역도서전은 책과 지역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축제입니다.
지난 6년간 도서전을 꾸리며 전국의 출판인을 하나로 연결해온 한국지역출판연대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귀한 바통을 우리 수영구가 이어받았습니다. 골목에서 바다까지, 곳곳에 스며 있는 삶과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 지역 정체성을 실현하겠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시대를 열어 가겠습니다.”
이 다짐을 발판 삼아 2023년 부산수영구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부산 수영구는 문화와 예술,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며 지역 중심의 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하나, 시민 누구나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수 있는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하나, 다양한 단체 및 시민과 적극 연대하여 살아 숨 쉬는 지역문화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그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한다.
- 하나, 지역민의 삶을 존중하고 지역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며 세대, 성별, 인종 등의 구분에서 벗어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 하나, 나라와 역사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지역문화를 찾고 가꾸며 기록하고 확산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인다.
제8회 선언문
2024. 10. 12 · 지역 이야기 생태계
지금, 대한민국은 ‘지역 소멸’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지역이 간직한 고유한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지역 출판’은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이야기로 갈무리하고 공동체 구성원과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로서 그 구실을 합니다.
이런 중요한 구실이 있음에도 ‘자본의 논리’에 밀려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큰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자기 서사가 없는 지역은, 결국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한국지역도서전의 개막을 맞이하여 과학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대전광역시 유성구에서 지역과 지역책이 갖는 의미를 깊게 인식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대전 유성구는 ‘지역’이 가진 정체성을 드러내며 고유한 지역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 하나, 대전 유성구는 지역문화를 형성하는데 ‘지역 책’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며 다양한 지역 책을 출간하고 유성구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 하나, 대전 유성구는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 등 ‘지역 이야기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요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하나, 대전 유성구는 구민 누구나 책을 짓고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정책과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제9회 선언문
2025. 9. 13 · 지역이 곧 세상의 중심
우리는 저마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의 콘텐츠를 책에 담아 나누는 일에 매진해 왔습니다. 종사자들이 생김생김이 다르고 옷차림이 다르고 남녀노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웃들의 이야기와 노래가 허투루 유실되지 않도록 수습하는 마음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흩어진 이삭을 주워 담는 마음이며, 중앙과 지역이 천부적으로 결정된 영역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마음이며, 서울의 문화가 대한민국의 문화를 대표한다는 관습적 지배 관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출이며, 출판의 미래를 자본과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데에 공감하는 연대의 목소리입니다.
청주는 오랜 전통 속에서 고유한 정서와 문화를 가꿔온 지역입니다. 세계 인류 문명사에 이정표가 된 금속활자가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합니다. 무력(武力)의 상징인 철을 녹여 활자를 주조하고 책을 인쇄함으로써 정신문명과 정보혁명의 발원지가 된 청주에서 우리는, 팔도의 다양한 콘텐츠가 뚜렷한 역사로 기록되어 강물처럼 멀리 흘러가기를 희망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 하나, 우리는 ‘지역과 지역의 총체가 곧 국가’라는 인식 아래 지역의 문화가 갖는 의미를 해석하고 현재의 삶을 기록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정신적 풍요를 창출해 가는 출판인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을 거듭 천명한다.
- 하나, 우리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가 책 읽는 모습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며, 지역작가와 지역출판사, 동네서점이 상생하며 시민독자와 행복을 나누는 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지속적인 독서문화 운동을 펼쳐 나간다.
- 하나,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역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연대하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보완을 추동(推動)함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출판문화를 형성해 가는 데 총력을 다한다.
제10회 선언문
2026. 7. 4 · 다시, 제주 — 선언을 제도로
10년 전 가을, 우리는 이곳 제주에서 선언했습니다. 지역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일을 자본과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해마다 도서전을 열고, 천 명의 독자가 모은 마음으로 지역의 책에 상을 주었습니다.
아홉 번의 도서전, 아홉 도시의 선언이 있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걸음이었으나, 그 걸음이 쌓여 지역출판이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당당한 주체임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아직 가지 못한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을. 출판(Publication)은 본디 공공(Public)의 일이지만, 지역출판은 여전히 법의 이름을 갖지 못했습니다.
첫 선언의 자리로 돌아온 오늘, 우리는 지난 10년을 자축하는 대신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 하나, 우리는 발상지 제주를 한국지역도서전의 변함없는 거점으로 가꾸고, 지난 10년의 기록을 모아 한국 지역출판 아카이브를 세운다.
- 하나, 우리는 2016년의 선언을 제도로 잇기 위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에 힘을 모은다. 지역출판의 법적 정의를 세우고, 그 활성화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새긴다.
- 하나, 우리는 전국 최초로 지역출판 진흥 조례를 제정한 제주의 역사를 잇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책으로 도민의 삶을 기록하고 그 가치가 일상에 뿌리내리는 섬을 만든다.
- 하나, 우리는 천인독자와 함께 간다. 독자가 직접 상을 주는 천인독자상(한국지역출판대상)의 정신을 지키고, 지역의 책이 합당한 영예를 얻는 길을 연다.
- 하나, 우리는 지역을 넘어 세계의 지역과 만난다. 동아시아 지역도서전을 준비하며, 가장 지역적인 기록이 인류 보편의 자산임을 증명해 간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10년 전 제주에서 열린 문은 지금껏 닫히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문을 조금 더 열어 둡니다. 다음 10년에도, 그 다음에도, 지역의 목소리가 지지 않는 문(文)으로 남도록.